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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2016.07.31 14:37

청렴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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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한 삶 


올해는 초 봄인데도 숲속에 새소리 요란합니다.

봄에는 여름처럼 새가 우짖지 않는데 
올해는 봄인데도 새들이 서로 부르며 찾는 소리 가득합니다. 
새소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나뭇잎의 초록은 더욱 짙어져 갑니다.    

엊그제는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만든 
정부 산하 위원회가 내는 잡지에서 인터뷰를 하겠다고 
사람이 내려왔습니다. 

그 사람은 앉자마자 내게 청렴에 대해 물었습니다. 
나는 웃으면서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청렴이란 “성품과 행실이 고결하고 탐욕이 없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나는 성품이 고상하고 깨끗하며 훌륭하지 못합니다. 
욕심이 없는지에 대해서도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기에 
“밥 한 그릇을 앞에 놓고 기도할 때 그 밥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사는 삶의 태도가 아닐까요.”하고 
간신히 대답했습니다. 

하루에 두세 번 먹는 밥이 부끄럽게 마련한 밥이 아니라, 
감사하게 먹는 밥인 생활, 그런 생활이 
그나마 깨끗한 삶이 아닐까요. 

권세와 이익과 화려함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삶도 
깨끗한 삶이지만, 그것을 가까이 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삶은 더욱 고결한 삶이라고 합니다. 

탐욕과 이기심으로 재물을 모은 사람들은 
물론 고결하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영혼이 부패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난하다고 다 깨끗한 건 아닙니다. 
부자가 부패하게 모은 재물을 질투하고 시기하며 
선망하기 때문에 부자를 욕하는 삶 또한 
탐욕에 지나지 않습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그것을 
위장된 탐욕이라 하였습니다. 

가난하지만 깨끗한 삶이 부끄러운 삶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한 삶이어야 합니다. 

크리소스토무스는 “지금 지니고 있는 것을 잃지 않으려거든, 
그것을 남들과 나누십시오. 지금 가진 것을 계속 가지려거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주십시오.”하고 말합니다.

 “다시 채워주실 것인지 말 것인지, 
채워주시면 언제 채워주실 것인지, 
그것도 하느님께서 결정하”실 것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탐욕스러운 이들은 “열매와 곡식과 그것이 자라는 
논과 밭과 땅을 자기가 소유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러나 씨앗을 싹 틔워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느님”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제게 지금 청렴하게 살고 있느냐 물으면 
대답할 수는 없지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하느님이 내게 잠시 맡기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삽니다. 

빌려주셨다가 도로 가져가실 것들이라고 생각하며.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천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 괴로움은 그날에 족하니라"(마6:31-34)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4:4-7) 
 


좋은 나무는 못된 열매를 내지 않는다는데 나는 가시나무였을까 

     
 
백일홍꽃 위에는 가을 햇살도 노랗게 내리는가. 
아늑한 가을 오후의 햇살이 손에 잡힐 것만 같다. 

사과 빛을 연두색에서 서서히 분홍으로 바꾸어 가는 햇살. 
인적 드문 들길에서 코스모스의 살갗을 매만지기도 하다 

대추알 위에 앉아 한잠을 자고 일어났는지 
대추알 얼굴 한쪽만 붉게 만들어 놓고 
들녘으로 부랴부랴 달려 나간 가을 햇살.

가을 오후는 저녁햇살과 함께 소리 없이 농익어간다. 
가을햇살이 소리 없이 다녀간 발자취를 
우리는 결실이라 부르는가 보다.

“좋은 나무는 못된 열매를 내지 않는다.”고 했는데
 “못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내는 법 없고” 
“가시나무에서 무화과를 거둘 수 있으며, 엉겅퀴에서 
포도를 거둘 수 있느냐?” 이렇게 묻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 한 해 나는 어떤 결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며칠 전 옳은 일을 하려다 감옥에 갇힌 이를 면회하러 
교도소엘 들렀다가 제자들을 만났다. 
그들도 감옥에 가 있는 제 동료들을 면회하러 와 있었다. 

그저 만나면 반갑게 다가와 구십도로 허리 굽혀 
인사하는 그들이 아직도 천진하게만 느껴지는데 
그들은 주먹을 휘두르고 돈을 빼앗고 일정한 직업 없이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젊은 날을 보내고 있다.  

좋은 나무는 못된 열매를 내지 않는다고 했는데 
나는 가시나무였을까 엉겅퀴였을까. 
지붕을 성글게 엮어 놓으면 비가 새어드는 법이라고 했는데 
나는 성근 지붕인 채로 아무렇게나 아이들을 와 머물게 하고 
비가 새는 집을 떠나와 버린 것은 아닐까.

똑같은 나무에서도 좋은 열매도 열리고 썩은 과일도 열린다. 
잘 영근 열매도 그 나무에서 열린 것이고 상한 열매도 
그 나무가 낸 것이다. 
똑같은 교실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하며 가르쳤는데 
술집으로 가는 제자가 있고 수녀원으로 가는 제자가 있다.

생각해 보니 무릇 선생 노릇을 하면서 잘 된 제자들만 
내 제자라고 자랑하고 비뚤게 나간 제자들은 내 제자가 아니라고 
나 편한 대로만 생각해 온 것 같다.

그동안 나는 제대로 씨 뿌리고 밭 갈고 잡초를 뽑아주며 
곡식을 키운 것이 아니라, 밭가는 법 황무지에서 살아남는 법을 
일방적으로 일러주곤 밭둑에 앉아 농부인 체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씨 뿌린 것을 제대로 가꾸지 않고 곳간만 크게 지어 놓은 채 
수확을 기다려온 허황한 농부는 아니었을까.
제자들에게, 자식들에게,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쓴 모든 글 앞에 나는 허황한 농부가 아니었을까.

햇살이 필요할 땐 있는 것을 다 내어주는 
여름 햇살 가을 햇살이었다가 비가 필요할 땐 구름 뒤에 
몸을 숨겨주는 넉넉한 하늘이지 못하고 조급하고 욕심에 가득 찬 채 
어리석게 결실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아닐까. 

이 가을에 나는.   
 


- 도종환시인의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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