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사실과 다르다
글이란 쌀이다.
썰로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쌀은 주식에 해당한다.
그러나 글은 육신의 쌀이 아니라 정신의 쌀이다.
그것으로 떡을 빚어서 독자들을 배부르게 만들거나
술을 빚어서 독자들을 취하게 만드는 것은 그대의 자유다.
그러나 어떤 음식을 만들든지 부패시키지 말고 발효시키는 일에 유념하라.
부패는 썩는 것이고 발효는 익는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그대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글쓰기의 성패는 기술의 탁마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 탁마(琢磨)로 결정되는 것이다.
글로써 타인을 감동시키거나 설득시키고 싶다면 진실하라.
진실은 사실과 다르다.
사실을 통해 그대가 얻은 감정이 진실이다.
글쓰기는 자기 인격을 드러내는 일이다. 글을 쓰면 그대의 내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머릿속에 있는 것들도 실체를 드러내고 가슴속에 있는 것들도 실체를 드러낸다.
그러므로 글로써 타인을 감동시키거나 설득시키고 싶다면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을 갈고닦아야 한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궁극으로 하는 최상의 창작행위다.
세인들은 예술이 예술가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과는 거리가 먼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술은 예술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든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서 최상의 경지에 이르면 예술을 구사할 수 있다.
경지에 이른 구두닦이가 잘 닦아놓은 구두코 끝에도 예술은 있다. 문학은 예술이다.
그러나 글쓰기를 통하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예술이 아름다움을 궁극으로 한다면 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글쓰기는 아름다움의 모색으로부터 출발한다.
자신의 내면도 아름답게 만들고 타인의 내면도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소망이 있어야 한다.
이외수, 글쓰기의공중부양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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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진실
사실(Fact)은 있는 실제로 있는 일,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
진실(True)은 사실안에 내포된 의미까지 포함하는 것.
언어학자 소쉬르의 용어로 기표와 기의가 있다.
기표는 우리의 감각을 통해 지각하는 기호의 물리적 형식(말의 소리 또는 사진의 형상)이고, 기의는 기호가 지시하는 것에 대한 사용자의 정신적 개념이다. 둘의 관계는 자의적이고 도상적이다. 자의적일 경우 둘의 관계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지만 도상적 관계에서는 사용자들 사이의 동의에 의거해 특정한 형식을 취하게 되고 기의의 성격은 기표의 형식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기호의 동기화라고 한다. 즉 기표는 기의처럼 보이거나 들린다는 것이다.
사진에 있어서 형상을 시각화할 때 각도와 위치(공간), 시간, 빛에 의해서 전달되는 의미와 개념(기의)은 사용자에게 사실과 다르게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점에서 보도사진은 진실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의 모방에서 출발한 그린다는 개념은 형식의 장식성으로 이어지면서 결국엔 미니멀로 돌아온다. 곧 형식화에서 개념화로 넘어오는 것이다.
평면에서 입체로(2D에서 3D), 형상에서 해체, 이미지에서 텍스트 그리고 멀티적이 된다.
형상, 텍스트, 빛, 시간, 공간, 소리, interaction 등으로 진화한다.
이건 개인적 경험의 양식변화이지 보편화된, 결정지어진 지식이 아니다.
다양한 형식의 기표로 한가지 기의를 드러내다.
이런 생각들이 머리속을 지배한다.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