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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진실

by admin posted Aug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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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사실과 다르다


글이란 쌀이다.
썰로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쌀은 주식에 해당한다.
그러나 글은 육신의 쌀이 아니라 정신의 쌀이다.
그것으로 떡을 빚어서 독자들을 배부르게 만들거나
술을 빚어서 독자들을 취하게 만드는 것은 그대의 자유다.
그러나 어떤 음식을 만들든지 부패시키지 말고 발효시키는 일에 유념하라.
부패는 썩는 것이고 발효는 익는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그대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글쓰기의 성패는 기술의 탁마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 탁마(琢磨)로 결정되는 것이다.

글로써 타인을 감동시키거나 설득시키고 싶다면 진실하라.
진실은 사실과 다르다.
사실을 통해 그대가 얻은 감정이 진실이다.
글쓰기는 자기 인격을 드러내는 일이다. 글을 쓰면 그대의 내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머릿속에 있는 것들도 실체를 드러내고 가슴속에 있는 것들도 실체를 드러낸다.
그러므로 글로써 타인을 감동시키거나 설득시키고 싶다면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을 갈고닦아야 한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궁극으로 하는 최상의 창작행위다.
세인들은 예술이 예술가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과는 거리가 먼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술은 예술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든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서 최상의 경지에 이르면 예술을 구사할 수 있다.
경지에 이른 구두닦이가 잘 닦아놓은 구두코 끝에도 예술은 있다. 문학은 예술이다.
그러나 글쓰기를 통하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예술이 아름다움을 궁극으로 한다면 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글쓰기는 아름다움의 모색으로부터 출발한다.
자신의 내면도 아름답게 만들고 타인의 내면도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소망이 있어야 한다. 


이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