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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수(全鐵洙-전향간첩),
동아일보 1975년 3월호, 365, 366

신동아 공모 제11회 100만원고료 논픽숀 우수작 남창유한(南窓有恨)

사랑.jpg


비오는 날이었다. 동송림(東松林)은 항상 날씨가 좋지 못했다. 지게꾼은 다 그렇겠지만 제발 발판이 미끄럽지 말았으면 하고 비는 터였다. 그러나 이 날은 아침부터 비가 계속 내렸다. 게다가 내일은 일요일이다 하는 선입감에서 기분은 더욱 우울했다.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도구창고에서 지게를 지고 다른 동료들의 틈에 끼어 작업장에 나왔다. 불쾌한 날에는 재빠른 동작이 요령의 묘였다. 왜냐하면 조장들의 환심을 사는데 좋은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3조장은 나보고 부득불 삽을 쥐라고 명령했다. 비오는 날이 되어 퍽 다행이라 생각하고 나는 시키는 대로 삽을 잡았다. 보통 1개조는 19명에서 22명이었지만 오늘 따라 제3조는 19명이었다. 세패의 삽군(한패가 두명, 지게의 左右에서 퍼 올림)과 12명의 지게꾼으로 편성되었다. 그런데 나는 엉뚱한 사람과 삽의 한패가 되었다. 이자는 아침부터 삽을 세워들고 전연 일을 하지 않았다. 말인즉 安息敎 신도라 했다. 이 중년의 사나이는 교화소에 두 번째 들어왔다고 하는데 두 번다 公民證据否라는 특이한 죄였다. 당국이 공민증을 줄 때마다 하나님 여호와를 믿는 모든 신자들은 성경책만 있으면 되지 개패(강아지 목에 다는 패)같은 증명서는 필요 없다는 고집이었다.


그것까지는 나와 상관없으니 좋은데 안식일이라고 전연 일을 하지 않는데는 질색이었다. 지게는 계속 밀리고 반장, 부반장의 서릿발같은 몽둥이가 오락가락 하는 판에 나 혼자서 전부 담당하다보니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도무지 역정이 나서 견딜 수 없었다. 저장이 때리고 차고 밟고 닥치는 대로 이사나이를 두들겨 팼지만 막무가내였다. 게다가 이 친구 얻어맞을 때마다 찬송가를 부르고 뭔가 기도를 올리는 것이었다. 그렇다해서 나도 같이 욕을 퍼붓고 때릴 수는 더욱 없었다. 나는 비지땀을 흘리며 무섭게 삽질을 했다. 이 사나이는 그래도 모르는 체 했다. 나중에는 반장까지 동원되어 모두 매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맞는 쪽은 날 때려 잡수 하는 식이었다. 계속 찬송가와 기도로써 일관했다. 정말 어이없는 인간이었다. 피가 사방으로 튕겨 가고 몽둥이는 난무했다. "야, 이 새끼야! 여기가 하나님 여호와를 믿는 곳이냐?"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아침에 출역할 때 이미 안식일을 선언했던 것이다. 결국 분대장에게 호출되었다. 나는 이때부터 조장의 협조를 얻어 어지간히 허리를 펼 수가 있었다. 이 친구는 부대장 앞에서 다시 호되게 얻어맞고 수용소에 돌아가서도 모진 교화봉 세례를 받았지만 시종일관 자기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하긴 다행히 1,404번처럼 진짜 무서운 분대장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평소 남보다 열심히 일하는 그의 勞動覺醒을 참작하여 수용소는 이 친구의 안식일을 허용하고 그 대신 일요일에 작업하는 다른 현장으로 보냈다는 사연이었다. 신앙의 고집도 이쯤 되다보니 공산당들도 별도리가 없었던 것 같았다. 나는 이 친구의 신앙심에 새삼 깊은 감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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